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알렌의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저 이상한 황제를 건드려 괜한 죄를 뒤집어쓸 수는 없다.
“……차기 체스터 후작의 뜻이 그렇다면 그에 따르겠습니다. 알렌의 말대로 아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죠. 뭐든, 본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아샤를 포함한 네 명의 아들과 세 명의 딸 중, 아샤를 제외한 여섯 명을 이 나라 최고의 명문가에 팔아치운 남자치고는 상당히 뻔뻔하고 파렴치한 그 발언에 키엘은 싱긋 웃고 말았다. 체스터 후작은 그다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세습 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결혼은 가문의 권세를 더욱 견고히 해야 하는 일종의 거래라고 생각하던 이가 유난히 아샤만을 싸고도는 건 아샤가 그만큼 사랑받는 아이라서였다. 멍청하지는 않지만 심하게 단순하고 순수한 아샤는 귀족 사회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다. 아샤가 원한다면 차라리 평생 백수로 놀고먹게 할지언정 무리하게 정계에 발을 붙이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아샤에 대한 체스터 후작의 사랑법이었다. 그리고 그건 체스터 후작가의 모든 인척들이 동의한 바였다. 굳이 아들 사랑이 지극하지 않더라도 아샤는 정치판에 끼어들면 입바른 소리만 툭툭 내뱉다 하루하루 모가지 이어 붙이기 힘든 녀석이니 내놓지 않는 게 아니라 내놓을 수 없는 거기도 하지만 말이다.
“체스터 후작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한 걸로 알지. 일이 아주 쉽게 풀려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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